스페인여행기(제2편)

by 쭐리 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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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행기(제2편)

내가 전편에서 Gaudi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바르셀로나에 갔다고 했지만, 그곳은 그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20세기 초를 풍미한 피카소, 후안 미로와 같은 이들의 미술관들이 그러하다. 나의 보수적인 성격상 입체파나 초현실주의처럼 너무
비비꼰 작품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르셀로나의 피카소미술관은 꼭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선 우리가 알고있는 큐비즘(입체파)의 대가 피카소가 아닌 큐비즘을 완성시키기 전인 어린 피카소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특히 그가 파리에 가기전인 20세 이전의 작품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흐와 르누와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 보여 19세기 후반의 미술 양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
즐거운 감상이 되었다. (미술관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할말이 많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따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이 글에선 여행중 있었던 일에 더 촛점을 맞추기로 한다) 또한 바르셀로나에는 분수쇼, 스페인민속촌 등 구경거리가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것은 역시 사람구경이 아니었나 싶다. 람브라스거리를 설렁설렁 거닐며 목마르면 옆에 있는 시장에 가서 포도나 수박도 사먹고 콜롬부스 기념비 근처 공원에 주저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은근히 말거는 사람을 기다리는 재미는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돌아다니기엔 너무나 더웠기에, 몇몇 장소를 제외하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그 중 한가지! 그날도 변함없이 찌는듯한 날이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15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바르셀로나 대사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 보수공사기간이라(그 해에는 보수공사중인 곳이 무척 많았다) 예쁜사진을 찍기는 커녕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거다. 실망을 하고 그냥 근방 구경이나 하려고 발길을 돌리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한껏 빼입고 '넬슨도르마'를 부르는 거리의 음악가다. 여행을 하면서 거리공연을 많이 보았지만, 성장을 하고 정통 오페라를 부르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가만히 한곳에 자리를 잡고 지켜보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음색이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곡, 한곡을 끝내가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정말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이나 파리, 뮌헨등지에서 본 남루한 행색의 거리악사와는 뭔가 달랐다. '돈은 중요치 않소. 내 노랠 들어만 준다면 행복하오'랄까? 내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아무일 없이 바르셀로나를 떠나면 나다운 여행(??)이 아니지. 역시나 일이 한번 터져준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때 꼭 한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이름하야 그라나다. 감미로운 기타곡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알함브라가 그곳에 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차표가 없다는것. 한국사람들이 잘 안가는 곳이기에 표걱정은 안했는데 의외로 만석이다. 별수없이 바르셀로나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벌써 시내는 며칠간 돌고돌아서 다 보았기에 시외쪽을 살펴보았는데 Figueres란 곳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건 다 모르겠고 초현실파 중에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관이 있다는거다. 오~ 달리! 기다려요!! 도대체 내가 거길 어떻게 갔는지 생각도 안나지만 암튼 기차타고 버스타고 걷다보니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건물이 나타났다.
ㅎㅎㅎ 과연 달리틱하다. 사실 달리를 좀 공부한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그는 여러모로 미친듯 보이는 사람이다. 혹자는 심한 편두통이 그의 기행과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암튼 나는 그의 그런 별난행동과 기괴한 작품들이 좋다. 다른 초현실적 그림들은 뭔가 너무 꼬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달리의 것은 가볍게 장난친듯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정말 장난으로 그림을 그렸단 말은 아니다. 단지 편하다는것!) 단지 그림뿐 아니라 미술관 곳곳의 설비나 장식품들에서 달리를 느낄수 있는 곳이었다. 달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가볼만한 곳이다. (달리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곳을 방문하곤 그가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드디어 밤이 되고 그라나다로 떠날 기차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어딘가에서 낯익은 말소리가 들린다. 한국말! 한국사람인거다. 간만에 한국말이나 할까 싶어 근처에 갔는데 남자의 말 끝부분이 들린다. "여자 혼자 그라나다를 어떻게 갈려고해? 그냥 우리랑 마드리드 가자니깐~" 여자왈 "오빠들 만나기 전에도 혼자다녔는데요, 뭐. 그리고 전부터 계획한건데.. 표도 어렵게 구하고..." 보아하니 여자애가 좀 예쁘장한데 여행중 만난 남자가 보호해 준답시고 같이 놀러다니고 싶은거다. 내참~ 스페인남자는 위험하고 넌 안위험하냐? 두둥~ 나의 등장. "아~ 그라나다 가시나봐요? 저도 오늘 밤기차로 가는데.. 언제 가세요? 알함브라궁 정말 멋지다는데 좋은 구경하시겠어요." 여자왈 "아~ 그쪽분도 혼자 그라나다가세요? 저도 혼잔데.. 위험하진 않겠죠? 전 위험할까봐 그냥 마드리드갈까도 생각하고 있는데.." "위험하긴요~ 요즘 스페인 치안 좋잖아요~ 그리고 여기까지와서 거기 안가보면 언제 갈 수 있겠어요? 불안하면 같이 가실래요?" 이렇게 순한양을 늑대로부터 구출하여 우리는 그라나다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 꽤나 아까운 눈치였다. 물론 그 사람이 뭔 나쁜짓을 할꺼란 생각은 안했지만 쓸데없는 과잉친절은 사양이라는 거다. 왜 애 겁을 먹게해서 평생에 한번 있을 알함브라를 볼 기회를 빼았으려는지...
아무튼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생이 시작된다. (다음편에 계속)

출처
http://pretyjulie.egloos.com/188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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