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와 플라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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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와 플라멩코

은근히 빠져들게 하는 와인의 매력, 마드리드는 와인의 매력을 지닌 도시다. 이 즈음에서 와인의 붉은빛과 마드리드가 토해내는 정열의 기운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모두들 안다. 붉은 빛이 정열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마드리드 곳곳에 정열이 살아 숨쉰다는 사실을.

비노(vino), 와인. 맥주보다 독하면서 배는 덜 부르고, 소주보다 부드럽지만 덜 독해서 좋다. 처음에는 시금털털한 맛에 혀 끝이 거칠어지는 듯하지만, 이리저리 혀를 굴리며 음미하다 보면 그 맛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묘한 맛이 입안 가득 맴돈다. 맥주나 소주가 그러했듯 와인 역시 먹다 보면 그 맛에 적응되는 거다. 와인을 마신 시간과 양이 아주 조금 늘면 단 것과 덜 단 것, 신 것과 시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 즈음 당신은 드라이(dry), 스위트(sweet), 영(young), 올드(old) 등을 읊조릴 것이다. 영락없이 초보 티를 벗으려 안간힘을 쓰는 초보의 모습이다. 와인의 은근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 초보 말이다.

와인향 짙은 정열의 도시

■ 정열, 플라멩코

어둠이 내린 작은 무대. 기타 반주를 타고 흘러내리는 노래가 어둠에 익숙해진 귀를 자극한다. 높고 낮은 음을 꺾듯이 오가는 인상적인 가수의 음색은 이내 리듬을 실은 사파테아도, 구두소리에 묻히고 만다. 딱따닥딱 따다닥닥…… 이젠 와인 빛 조명이다. 기타를, 가수의 입을, 댄서의 발을 물들인 붉은 빛. 어둠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 그 빛은 무대를 이미 정열의 빛으로 채우고 있다.

극장식 레스토랑이라는 뜻의 타블라오(tablao). 스페인어로 ‘판자를 깔다’ 라는 의미다. 마드리드 시청이 자리한 꽁드 광장 옆의 좁은 골목에는 실제로 판자를 깔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타블라오, 라스 까르보네라스(Las Carboneras)가 자리했다. 시설은 화려하지 않지만 토케(기타)와 칸테(노래), 바일레(춤)의 조화가 뛰어난 플라멩코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공연은 저녁 10시30분부터 시작된다. 횅하던 테이블에 관객이 들기 시작하는 것도 깊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이 무렵이다. 기타와 노래에 이어 춤을 예고하는 사파테아도로 막을 연 공연의 분위기는 댄서들이 하나씩 무대에 오르며 고조된다. 차례대로 오른 세 명의 여성 댄서는 눈이 쫓기에도 어려운 현란한 춤사위로 시선을 빼앗는다. 손은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휘젓다가 허벅지를 때리는가 하면 구두를 신은 발은 무대를 부셔버릴 듯 힘차게 움직인다.

그래도 그들은 마음까지 빼앗진 못했다. 스타는 가장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다고 했던가. 마지막에 등장한 남성 댄서는 머리를 휘저어 땀인지 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날리며 관객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시선은 물론 마음마저 빼앗아 버린 그의 관능적인 자태와 표정. 숱한 여성들, 그의 춤사위에 많이도 울었겠다.

■ 열정, 메손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타블라오는 플라멩코의 정열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물을 흘릴 만한 곳이다. 역시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내 안에 숨겨진 끼를 발산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릴 만한 술집, 메손이 라스 까르보네라스와 가까운 산 미겔 거리에 자리했다.

수십 년 전, 스페인에 머물던 헤밍웨이는 밤이면 산 미겔 거리의 메손으로 발길을 옮겼다. 메손을 전전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스페인에 머문 내내 메손에서 하루를 마감했다고 한다. 헌데 이곳에 자리한 9곳의 메손 중 헤밍웨이는 유독 한 집만을 찾지 않았다. 이유는 없다. 아니 모른다. 다만 그 집 간판에 쓰여진 ‘헤밍웨이가 찾지 않은 집’이라는 글귀에서 작은 분노와 재미를 읽을 뿐이다. 헤밍웨이는 스페인도, 세상도 떠났지만 그가 찾았던 이곳의 메손은 여전히 제 모습을 간직한 채 서 있다. 밤 늦도록 문 밖으로는 기타와 아코디언 소리가 새어 나오고, 그보다 더 큰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흥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이들도 있다. 좋은 이들과 나누는 한 잔의 술과 분위기에 취한 그들. 밤이 깊어질수록 메손의 열정은 무르익는다.

■ 열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20세기 최고의 축구클럽.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안다는 베컴과 지단, 호나우두, 피구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 그라운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정열을 넘어선 흥분의 현장이다. 그래서인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열기를 느끼려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축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혹시 아시는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서포터들의 모금으로 지어진 경기장이라는 사실을. 한 명 한 명의 힘이 지금은 10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세웠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스페인의 다른 경기장에 비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서포터 전용석이 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실 경기장 입구에서 축구용품을 파는 노점의 할아버지만 봐도 그들의 축구 사랑이 짐작이 간다. 그 할아버지,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냈다고 자랑하듯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그래서 물건을 사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정 하나만은 대단하다.

경기가 없는 경기장을 찾았으니 모든 것은 상상에 기댄다. 베컴의 늘씬한 다리와 따뜻한 온기, 벌거벗은 모습까지도. 푸른 잔디와 누구든지 앉아볼 수 있는 선수용 벤치, 선수 전용 샤워실이 개방되니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말까지 스페인 마드리드로 주3회 직항편 전세기를 운항한다.
스페인 글·사진=이진경 객원 기자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대한항공 1588-2001,
스페인관광청 02-722-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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