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와 아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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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와 아빌라

여행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네 세고비아와 아빌라

세고비아와 아빌라는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네다. 그곳의 사람과 나무, 풀 한 포기 조차 … 언제나 그렇게 그곳에 있던 이들이지만 오늘과 내일을 달리하며 여행자를 맞는다.
오늘 혹은 내일 세고비아와 아빌라를 찾는 당신은 그래서 매일매일 다른 여행을 경험한다.


■ 이방인이 만난 중세도시 ‘세고비아’

이방인(異邦人). 사전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 혹은 유대인들이 선민 의식에서, 그들 이외의 다른 민족을 얕잡아 이르던 말이라 전한다. 그리고 영어로 이방인은 외국인을 뜻하는 foreigner 혹은 낯선 사람을 뜻하는 stranger다. 남의 나라를 여행하는 당신은 그들에게 늘 외국인이거나 낯선 사람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방인일 뿐이다. 떠나간 그곳의 향기가 이 땅의 그것과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네들의 삶이 당신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피부색이 다른, 말이 다른 이방인일 뿐이다.

도시 전체가 독특한 향기를 간직한 세고비아에서는 이방인이라는 말뜻을 더욱 실감한다. 화려하지도 번화하지도 않은 중소 도시, 아니, 중세 도시에 놓인 당신에게 이방인을 향한 오묘한 시선이 쏟아지는 세고비아에서라면 말이다.

어둠이 내린 밤, 메손 데 칸디도에서는 foreigner, 외국인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메손 데 칸디도는 세고비아의 명물인 새끼돼지 통구이,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의 원조 집. 3대째 이어온 식당의 명성에 걸맞게 서비스 또한 훌륭하다. 이날은 특히 외국인 손님을 대접하고자 칸디도의 아들이 직접 요리를 들고 나와 코치니요 아사도를 사기 접시로 내리찍어 접시에 담아내는 친절을 선보였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새끼돼지를 재료로 하는 코치니요 아사도는 사기 접시로 잘릴 만큼 연한 육질을 자랑한다.

■ 백설공주의 성 알카사르

세고비아의 아침은 안개가 감싸 안았다. 전날 밤, 차를 빌려 마드리드에 다녀온 일행 중 한 명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안개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한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섰던 그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건 세상사와 마찬가지라며 이상한 기분을 토로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아득히 바라보이는 아침의 세고비아는 신비로웠다. 한 사람을 절벽 낭떠러지 아래로 보낼 뻔한 안개가 한 사람에게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 여행이 어딘가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추억을 담는 과정이라며 어줍잖게 주절거린 옛 일을 떠올린다.

안개에 휩싸인 로마 수도교는 산등성이와 이어진 길을 희미하게 드러낸다. 유럽 각지에 남아 있는 로마 수도교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세고비아의 로마 수도교는 화강암 블록을 겹쳐 전체 길이 728m, 높이 28m로 쌓은 것이다. 시멘트와 같은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은 이곳 수도교는 놀랍게도 1세기 경 트라야누스 황제 때 만들어진 것이라 추측된다.

수도교 옆 산등성이로 난 길로 접어들면 주랑이 아름다운 산 미야 성당과 오색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압권인 카테드랄 등 세고비아의 볼거리가 줄지어 펼쳐진다. 그 중 언덕 끝 낭떠러지 위에 자리한 알카사르는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성의 모델이 된 곳이다. 마법에 걸린 공주가 갇혀 있을 것만 같은 첨탑과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갑옷 입은 병사 등 굳이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알카사르는 당신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한다. 햇빛 쏟아지는 창가에 서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 많은 것도 동화 같은 이곳의 풍경 때문일 것이다.

■ 성에 갇힌 도시 ‘아빌라’

떡갈나무가 듬성듬성 박힌 들길을 달려 아빌라로 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파랗다. 눈이 시리다. 맞다. ‘눈이 시리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늘 그곳에 늘 그렇게 있는 산과 들, 나무와 풀은 햇빛과 바람, 비와 눈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렇게 매일매일 다르게 태어나는 그들에게 우리는 감정을 주사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다시 아빌라를 찾는다면 아마 그럴 것이다. 그곳을 지나는 길 위엔 낮은 들과 높고 파란 하늘이 있었다고. 두 번, 세 번 아빌라를 찾는다 하더라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기억은 이후의 것들을 지배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여행은 늘 그래왔다.

아빌라는 11세기 이슬람교도의 반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쌓았다던 성에 갇힌 도시다. 쉽게 말해 마을은 성에 갇혀 있고, 성은 마을을 감싸 안은 형상이다. 성 안의 마을, 구 시가지에는 산타 테레사 수녀원과 카테드랄 등이 자리했다. 산타 테레사 수도원은 테레사 수녀의 생가에 지어진 수도원. 16세기의 아빌라가 ‘성자들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이곳에서 태어난 그녀의 위치는 대단했다.

성 안의 마을은 작은 골목으로 이리저리 이어져 있어 걷거나 관광열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성 위에 올라 성을 한 바퀴 도는 것도 마을을 구경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것저것 꼼꼼히 볼 수는 없지만 웅장한 성벽으로 나뉘어진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스페인 글·사진=이진경 객원 기자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대한항공 1588-2001,
스페인관광청 02-722-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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