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촌 그리고 살라망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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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촌 그리고 살라망카

과거를 가꾸며 현재를 즐긴다

친촌의 골목길은 이땅 북촌의 고샅과 닮았다. 옛 모습을 그대로 담은 집과 집 그리고 그를 잇는 작은 골목들. 마을의 골목은 돌고 또 돌아도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다. 허나 북촌이 그러하듯, 친촌이라는 작은 마을은 보석 같이 커다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 친촌 BEST 3

▶ 알코올 도수 70도 아니스주

아니스는 남유럽 원산의 미나리과 식물이다. 어릴 적에 먹던 시럽형 감기약의 맛이 감돌기도 하고, 계피 향이 스치기도 하는 등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을 지녔다. 당연히 된장과 고추장에 길들여진 우리네 입맛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스주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친촌의 명물. 친촌에서 아니스주를 먹지 않는 건 과장 많이 더해, 죄악과 같다.

병에 담긴 듯, 담기지 않은 듯, 투명한 병과 꼭 닮은 투명한 아니스주의 빛깔은 소주 그대로다. 그렇다고 소주 마시듯 하면 안 된다. 아니스주의 알코올 도수는 소주의 3배가 넘는 70도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술 좀 마신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입안에 한 잔 털어 넣는 순간, 목구멍이 불타고, 콧구멍, 귓구멍 등 얼굴에 난 구멍이라는 구멍은 모두 뚫린 듯 바람이 숭숭 샌다.

술은 입에도 못 대는 애석한 상황에 처해 아니스주는커녕 아니스 향도 못 맡았다면, 아니스 빵과 과자로 마음을 달래자. 마요르 광장에서 파라도르 데 친촌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빵 공장에서는 아니스를 넣어 빵과 과자를 굽는다. 빵 공장의 이름은 ‘빵공장’이다.

▶ 수도원 닮은 파라도르 데 친촌 (Parador de Chinchon)

파라도르는 옛 성이나 수도원 등을 개조해 만든 스페인 국영 호텔을 이르는 말이다. 마드리드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파라도르인 파라도르 데 친촌은 17세기의 성아우구스티누스회의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머물면 수도원에서 하루를 보낸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얻는다.
계단과 복도에 그려진 벽화 등 호텔 곳곳에는 수도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 안에는 여전히 수도사가 머물며 기도를 드리고 있을 듯하다. 고풍스러운 가구로 마감한 내부 시설 또한 추천할 만하다.

▶ 16세기 메손 쿠에바스 델 비노 (Meson Cuevas del Vino)

친촌 한 구석에는 16세기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레스토랑, 메손 쿠에바스 델 비노가 자리했다. 쿠에바스 델 비노는 와인 저장고라는 뜻. 지금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벽난로와 작은 테이블을 갖춘 레스토랑의 한 켠에는 각국에서 온 손님들이 서명과 낙서를 한 와인 술통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수십 개의 술통을 지나 부엌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지하로 내려가는 문. 백열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어른 키보다 더 큰 와인 술통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술통은 모두 특별 제작해 만든 것이다. 직접 양조해 저장한 와인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작은 시음 코너도 준비돼 있다.


■ 살라망카 BEST 3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 살라망카는 옛 것과 새 것이 자연스레 소통하는 도시다. 중세, 명문으로 이름 높았던 살라망카 대학은 학생들을 향해 여전히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구카테드랄은 세월을 잊은 채 신카테드랄과 조화를 이룬다. 18세기 초에 만들어져 아직까지도 도시민의 쉼터로 사랑 받는 마요르광장은 또 어떤가. 그곳에서 살라망카 사람들은 과거를 가꾸며 현재를 즐기고 있다.


▶ 돈키호테의 살라망카 대학

1215년에 개교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 또한 이 대학의 청강생이었다고 한다. 허나 유럽의 다른 대학들이 성장하며 옛 명성은 퇴색된 편.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정도다. 교단과 책상이 있는 강의실 내부는 지금의 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당시 학생들은 서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늦게 와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은 강의실 맨 끝에 자리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하니, 일부러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이 꽤 있었을 것 같다.

강의도 강의지만 살라망카 대학은 건물의 은세공 정면 장식으로 유명하다. 왕국의 문장과 사자의 얼굴 등이 화려하게 부조된 장식은 16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 12세기 건축 신구카테드랄

살라망카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조용히 어둠이 내리면 켜지는 얕은 조명은 낮과는 또 다른 색채를 살라망카에 선사한다.
가로등이 밝힌 거리를 산책하듯 걷다 보면 밤이 주는 살라망카의 감동에 푹 빠지고 만다. 특히 신구카테드랄에서는 그 감동이 배가 된다. 그러려면 저녁 7시가 되기 전에 신구카테드랄 앞으로 가는 게 좋다.

어둠에 싸여 희미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신구카테드랄은 정각 7시에 켜지는 조명으로 제 모습을 한껏 드러낸다. 때때로 빛깔을 바꿔가며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러한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날 정도로 환상적이다.

구카테드랄은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12세기의 건축이다. 구카테드랄을 덮듯 신축한 신카테드랄은 16세기의 것. 허나 이둘은 동시대에 지어진 듯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여유가 묻어나는 마요르광장

살라망카의 마요르광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광장으로, 평소에는 도시민들의 쉼터로, 특별한 날에는 행사장으로 이용된다.

마요르광장을 찾았던 날, 마침 살라망카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오래된 자동차를 모두 몰고 이곳으로 나왔다. 경찰의 날을 기념하는 동네 잔치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오래된 포드에 페라리까지, 세월을 잊고 반짝반짝 빛을 내는 차 하나하나에는 오랜 세월 정성을 들여 세심하게 가꾼 그들의 애정이 배어난다.

전시장 한 구석에서 북을 치고 피리를 불던 악사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눈으로 즐기던 자동차 전시는 일순간 춤의 마당으로 변했다. 딸과 스텝을 맞추는 어머니, 아내와 손을 맞잡은 남편 등 흥에 젖은 그들의 모습에서 광장의 여유가 묻어난다.


발취
스페인 글·사진=이진경 객원기자 jingy21@daum.net
취재협조=대한항공 1588-2001,
스페인관광청 02-722-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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