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페르민(san fermin)축제

이은해 0 509
'축제의 나라'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페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축제를 즐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과 여가 모두를 중요시하는 그들의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 스페인이 최고의 관광국으로 발전하는 데에 일조를 해 온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스페인 국민의 정열과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두 개의 축제를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적으나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산 페르민(San Fermin)축제


산 페르민 축제는 스페인의 북동쪽에 자리잡은 빰쁠로나(Pamplona) 시에서 매년 7월에 개최된다. 6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동안 거행되는 이 축제는 대개 '소몰이 축제'로 알려져 있다. 거리에 풀려 나온 소 떼와 흥분한 군중들의 함성, 그리고 수많은 참여자들의 질주는 그야말로 스릴과 긴박감 그 자체를 연상케 한다. 하얀 복장을 하고 목과 허리에 빨간 손수건과 띠를 두른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소들의 주위를 뛰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아찔하기까지 하다. 해마다 소의 뿔에 찔려 넘어지기도 하고, 소 떼에 밟히기도 하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는 불상사도 생기지만 산 페르민 축제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열광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의 용맹을 과시라도 하듯 이 '거리 투우'에 대한 참여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산 페르민 축제의 기원은 1591년 이전인 나바라(Navarra) 왕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 축제는 빰쁠로나시의 수호성자이자 3세기말 주교였던 산 페르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성축일은 7월이 아닌 10월 10일이었다. 그러나 가을, 겨울이 우기인 스페인으로서는 날씨 관계상 이 때에 축제를 갖는 것이 부적합하였고 그래서 주교의 허락아래 지금과 같은 날짜로 옮기었다고 한다. 한편 이러한 종교적인 배경 외에도 빰쁠로나시는 14세기이래 매년 10월 10일이 되면 일주일간 상업적인 성격의 시장을 열고 있었고 또 이 기간만큼은 죄인들마저도 체포하지 않는 특혜를 부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산 페르민 축제의 또 다른 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매년 열리는 투우 경기이다. 그리고 위의 세 가지 요소들이 1591년을 기점으로 하나로 결합되면서 지금의 산 페르민 축제가 된 것이다. 이 중에서도 산 페르민 축제를 가장 비중있게 만드는 것은 역시 투우 경기이다. 5월이나 6월 등 다른 시기에 열리는 투우 경기와 비교해 볼 때, 산 페르민 축제기간 중에 실시되는 투우 경기는 모든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그러나 산 페르민 축제의 정수라고 한다면 뭐니뭐니해도 "소몰이 축제" 혹은 "거리 투우"라 통칭되는 행사가 될 것이다. 경기장에서 정식으로 투우가 열리기 전에 거리에서 소를 몰 듯 달리는 이 축제는 산 페르민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 참가자들은 말 그대로 강인한 투우사로 변신한 듯 소들을 자극하며 그 좁은 골목길을 질주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달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축제 참가자들이 소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앞이 아니라, 뒤나 옆에서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중엽에 들어와서 정육사들과 몇몇 주민들, 그리고 소몰이꾼들이 소 앞에서 뛰었던 것을 계기로 오늘날의 모습과 같이 정착되었다는 이야기다.

축제는 7월 6일 자정 빰쁠로나 시청앞 광장에서 시작된다. 시청 발코니에서 '산 페르민 만세(Viva San Fermin)'라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거대한 폭죽에 불이 붙으면서 광장에 몰려든 군중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축제의 시작을 기뻐한다. 이들은 포도주와 샴페인을 밤새도록 마시며 떼를 지어 마을 전역을 누비기도 한다. 18만명이 사는 빰쁠로나시에 50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니 축제기간동안 광장이나 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빰쁠로나는 유럽에서도 유일하게 축제기간 중에 거리에서 잠을 자는 것을 허용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다음날 아침 8시가 되면 참가자들은 정해진 복장을 하고 울타리가 쳐진 거리 안으로 입장을 해야 한다. 행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들은 수호성인인 산 페르민에게 합창으로 기도의 노래를 3번 부르며 그의 도움을 구한다. 드디어 산 페르민 성당의 종소리가 축제를 예고하고 곧이어 첫 번째 총성이 울리면서 소몰이 행사는 시작된다. 투우들을 가둔 우리의 문이 열린 것이다. 두 번째 총성이 울리면 소 떼는 거리로 내몰리게 되고 이때부터 이들은 약 900m 거리의 좁은 길을 내달리게 된다. 광란하는 소들과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투우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구시가지를 달리는 것이다.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긴장과 군중들의 함성소리는 온 빰쁠로나시를 메우고 사람들은 어느덧 참가자와 구경꾼이 없는 축제의 한마당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세 번째 총성은 투우들이 이미 투우장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고 그 날의 소몰이 행사는 마지막 총성과 함께 끝이 난다. 이렇게 일주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 투우'가 실시된다.

그리고 축제의 마지막날 밤은 불꽃놀이와 춤과 음악으로 장식된다. 특별히 축제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축제의 아쉬운 밤을 촛불을 밝히며 보내기도 한다.

한편 산 페르민 축제 때는 "리아우 리아우"라고 불리우는 거인 인형 행렬도 볼 수 있다. 빰쁠로나 시장과 의원들이 커다란 인형들과 음악대와 함께 행진하는 것으로, 1591년 처음 축제 때는 시 당국자들만이 그 행렬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15년부터 오늘날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 행렬이 있을 때면 주민들은 시 당국자들에게 그들의 실정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 물세례마저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정치적인 성격보다는 거인 인형들의 행렬이 주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솜뭉치로 된 방망이를 들고서 시민이고 관광객이고 할 것 없이 아무나 때림으로써 누구든지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참가자가 되도록 부추긴다.

한편 스페인의 한 지역축제가 이처럼 세계적인 축제로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처녀작 <그래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가 바로 산 페르민 축제에 의해 큰 영감을 받은 작품일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이 실제로 축제에도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1923년부터 줄곧 10년 동안 산 페르민 축제에 참가할 정도로 이 스페인 축제에 대해서는 열광적인 팬이었다. 지금도 빰쁠로나시에 가면 이 미국 작가가 자주 머물고 갔던 카페와 호텔을 그대로 볼 수 있으며 심지어 그를 기리는 기념비마저 발견할 수 있다.

투우 경기를 둘러싸고 스페인에서 찬반양론이 갈라지듯, 산 페르민 축제에 대해서도 스페인 사람들 모두가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지금까지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낸 행사이고 보면 부질없고 어리석은 축제로 여겨질 수도 있고 청년기의 한 때 만용이라고도 치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멸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산 페르민 축제는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을 뿐 아니라 해가 거듭할수록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는 아마도 죽음을 무릅쓰고 내달리는 광란의 질주가 참가자들 자신에게는 그 인생에서 한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인간의 한계와 삶의 권태를 한꺼번에 벗어버리고 싶은 인간 내면의 끊임없는 욕구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내달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이건 피레네 산맥 기슭에 자리잡은 이 작은 마을에는 아직도 흥분과 함성의 "소몰이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출처
http://segero.hufs.ac.kr/scripts/article_view.asp?JNAME=IANR&ISSUEID=115&SECID=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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