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책의 축제와 장미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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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든 카탈로니아 왕비상

축제하면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가. 혹시 축제란 난장판의 놀이문화일 뿐이라거나 혹은 지방 재정을 낭비하면서 치르는 외부 홍보용 행사, 아니면 관광을 위해 외부인용의 볼거리만 즐비하고 이리저리 돈만 쓰는 행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여기 이런 생각이 오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색다른 축제가 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Catalunya) 지방에서 열리는 책과 장미축제가 그것이다. 카탈로니아 지방은 일반에게 생소할 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카탈로니아어를 사용하는 스페인 북동부의 자치주이며 수도가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대충 짐작하리라 본다.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건축가 가우디가 생각나는 아름다운 도시이며,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넘어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도시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도시다.
바르셀로나 및 카탈로니아의 공식어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카탈로니아어지만 전세계에서 스페인어 출판물이 가장 많이 인쇄돼는 도서 출판의 중심지이기도 한데,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또 하나, 이 지역에서는 우리와 같이 국적도 없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괜히 비싼 주전부리로 흥청망청하지 않고 대신 그네의 전통 방식으로 산 조르디 축일(4월 23일)을 축하한다. 이날에 남녀가 서로 장미와 책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더욱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 고상한 축제는 1926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으로 1995년에는 유네스코가 이 날을 ‘책의 날’로 지정할 만큼 스페인에서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이 축제는 무엇보다 카탈로니아의 성인인 산 조르디(영어로는 Saint George)를 기리는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의 경제 및 산업을 진흥하고 홍보하며 낭비 없이 지적인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날로 상업주의에 물든 족보 없는 발렌타인 축제보다 훨씬 호감이 가는 행사다.


원래 산 조르디는 로마시대에 그리스도교를 믿은 병사로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서기 303년경 고문당했던 순교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 조르디가 유명한 것은 용을 싸워 이긴 기사라는, 전 유럽에 알려져 있는 전설 때문이다.
산 조르디가 어느 마을을 가고 있는데, 그 마을은 이전부터 용이 나타나 횡포를 부리던 곳이었다. 이 용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을에서는 처녀와 어린 양을 바치곤 했다. 어느 날 그 나라의 공주가 선택되어 용에게 희생되려는 순간 산 조르디가 나타나 그녀를 구하고 용을 물리쳤는데 그로 인해 왕과 공주는 그리스도교인이 되었다. 전설 속의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하여튼 산 조르디는 이로 인해 용을 무찌르는 전설의 기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유럽의 민속에 의하면, 축일이 봄(4월)인 조르디는 불을 뿜는 용을 무찌르고 축일이 가을(9월)인 성 미카엘 천사는 물을 뿜는 용을 무찌른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4월 이후 다가올 불볕 같은 여름과 9월 이후의 추운 겨울을 상징하기도 한다.
과거 카탈로니아의 군주는 이교도에 대항하는 전쟁에서 이기도록 특히 조르디 성인에게 기도를 많이 하였다고 하는데, 조르디 성인은 또한 그루지아(Georgia : 성 조지) 영국 그리스와 카탈로니아의 주보 성인이 되기도 하였다. 카탈로니아는 공식적으로 1456년 조르디 성인을 위한 교회당을 짓고, 바르셀로나 모임에서 그의 축일을 도시 전체의 공식 축일로 지정, 그를 카탈로니아의 주보 성인으로 결정하게 된다.
조르디 성인에 대한 믿음은 19세기에는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조르디 성인은 용으로 상징되는 외세에 맞서는, 그리고 처녀 공주로 상징되는 ‘자유’를 갈망하는 카탈로니아 독립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예전부터 조르디 성인의 축일에는 장미를 파는 장터가 열리곤 했는데 1926년부터는 세르반테스의 서거 기념행사와 겹쳐 장미와 책의 날로 부활하게 된다.


● 프랑코 집권기에는 민족운동의 현장
책의 축제가 근대에 시작된 것은 바로셀로나 출판회의소(Cambra Oficial del Llibre de Barcelona) 대표 클라벨(Clavel)에 의해, 1922년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탄생일(대략 10월 9일)을 기념하여 ‘스페인 책의 날’을 건의하면서부터다. 이는 당시 국왕인 알퐁스 13세에 의해 인정돼 처음으로 1926년 2월 6일에 개최되었다. 국왕령에 의해 ‘스페인 책의 축제’란 명칭으로 노동성 상업성 공업성의 공식적 지원으로 매년 개최하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공공도서관 건설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여, 장기적인 일반 도서 이용의 진흥을 위해 축제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세르반테스의 탄생일과 서거일(4월 23일) 중 어느 날을 축제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이 격화되면서 바로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흐르게 되었다.
서적 출판의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이 행사가 시민 축제로 흐른 반면 마드리드는 학문적인 행사로 축소되었다. 특히 1931년부터 세르반테스의 서거일이 카탈로니아의 조르디 성인 축일과 장미 축제와 합쳐지면서 축제는 더욱 성행했다. 이 축제는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간신히 이어지다가, 프랑코 집권 이후 카탈로니아어로 된 출판물이 금지되면서, 오히려 이 축제가 카탈로니아 불법 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민족운동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말 축제일의 가판대에서는 물론 불법인 카탈로니아 사전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프랑코 말기에 완화되어 1963년에 정보관광장관이 지역언어을 보존하는 정책을 내세웠고 이어 1967년 카탈로니아 출판협회에서 카탈로니아 서적 카탈로그를 인쇄하기에 이르렀다. 축제는 더욱 성황을 이루었고 1995년 11월 15일에는 4월 23일을 유네스코에서 ‘세계 서적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다.

축제는 바르셀로나에서 세 곳으로 나눠 진행된다. 카탈로니아 의회가 있는 자움 광장에서는 장미 장터와 퍼레이드가 열린다. 가장 서민적인 거리인 람블라(Rambla)에서는 책 진열 장터가 열리게 된다(Fira del llibre i de la rosa ; 서적과 장미장터). 또한 여기에서는 카탈로니아를 대표하는 용(조르디 성인이 무찌른)과 왕 왕비 거인이 장미로 장식된다. 카탈로니아 정부궁에서는 장미의 전시와 함께, 1년에 한 번 오픈하우스가 열려 시민 모두 이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건물 내부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외에 거리 곳곳의 광장에서 중고서적과 일반 서적 할인잔치가 열리며 하루 종일 책의 지적 향취와 장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축제가 벌어진다. 카탈로니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축제를 열며 조르디 성인 축제행렬 등을 통해 종교적인 의미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책 축제는 지역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카탈로니아의 불굴의 투쟁을 조르디 성인과 카탈로니아 언어로서 상징하는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겉모양은 카니발 같은 다른 축제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종교적 의미와 민족 정서 그리고 산업의 자연스러운 육성을 꾀하는 지혜로운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김규원(축제행정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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